한국의 터/역사와 기억의 터16 전쟁 기념관과 DMZ 평화길 · 전쟁의 기억에서 평화의 길로 한반도의 상처, 그 깊은 기억 속으로 한반도만큼 20세기에 전쟁의 아픔을 깊이 겪은 땅도 드물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위 38도선 전역에서 시작된 한국전쟁은 3년 1개월 2일간 이어지며 온 땅을 폐허로 만들었다. 남북한을 합쳐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고, 특히 남한 민간인 피해만 1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 참혹한 상처를 단순히 비극의 기억으로만 간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의 교훈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후세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서울 용산에 자리한 전쟁기념관과 분단의 현장 DMZ에 조성된 평화길이 바로 그 대표적인 증거다. 이 두 공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쟁과 평화에 .. 2025. 10. 6. 광화문 광장(촛불 광장) · 세계가 주목한 K 민주주의의 힘 서울 한복판에서 피어난 시민정신의 아름다운 꽃 경복궁을 바라보며 세종대로를 따라 펼쳐진 광화문광장. 이곳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단순한 도심 공원을 넘어선 특별한 기운을. 조선 건국 후 600여 년간 이곳은 '육조거리'라 불리며 나라를 다스리는 중추 기관들이 자리했던 행정의 심장부였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건물이 들어서고, 해방 후엔 중앙청이 자리하며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8월 시민을 위한 광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후, 이곳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들의 공간'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광화문광장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 교실 같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까지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이곳에서 시민들의 진.. 2025. 10. 5. 광주 5·18 민주 광장 · 군사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외침 한국 민주주의의 분수령, 그날의 함성이 시작된 곳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군사정권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을 때, 이에 맞서 광주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 중심에는 금남로와 분수대가 있는 5·18 민주광장이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도심의 광장이 아니라, 군사독재에 항거한 시민들의 집결지이자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이 터져 나온 상징적 공간이었다. 1971년에 설치된 분수대를 중심으로 한 이 광장에서 시민들은 각종 집회를 열며 항쟁 의지를 불태웠고, 5·18 민주화운동은 단순한 지역 사건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결정적 분수령이 되었다. 광주 5·18 민주광장은 오늘날에도 그 .. 2025. 10. 4.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 – 해방 후 비극과 이념 갈등의 상처 평화로운 섬에 드리워진 분단의 그림자 푸른 바다와 웅장한 한라산, 아름다운 오름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의 섬이자 평화의 상징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 아름다운 섬은 독특한 문화와 따뜻한 인심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도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가 깊이 새겨져 있다.1945년 8월 해방의 기쁨 뒤에 찾아온 분단의 현실은 한반도 전체를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미·소 냉전 체제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제주도와 전라남도 여수·순천 지역은 해방 공간의 가장 큰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다. 제주 4·3 사건과 여순사건은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분단과 냉전,.. 2025. 10. 3. 강제동원 관련지 – 군산·목포·울산에 남은 수탈의 흔적 산업화 이면에 숨겨진 수탈과 강제동원의 흔적들일제강점기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시기였다. 1931년부터 1945년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전쟁 기간 동안 일본제국주의는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강탈해 갔다. 특히 1938년 「국가총동원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강제동원 정책이 실시되면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군인·군무원·노무자·위안부 등으로 강제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남겨진 건축물과 시설들은 겉으로는 근대 산업화의 흔적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조선인들의 땀과 눈물, 고통이 서려 있다. 전북 군산, 전남 목포, 울산 지역에는 당시 강제동원과 수탈의 현장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장소들은 단순한 산업유산이나 근대 건축물.. 2025. 10. 2. 독립기념관(천안) –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집대성한 공간 온 국민이 만든 역사 교육의 전당 충청남도 천안시 목천읍 흑성산 자락에 자리한 독립기념관은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선 특별한 공간이다. 우리나라가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온 국민이 분노에 휩싸였을 때, 이 분노는 곧 건설적인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 모금 운동이 일어났고, 어린아이들의 저금통부터 어른들의 정성스러운 기부까지 모여 무려 706억 원이라는 거대한 성금이 모였다. 여기에 정부 지원 246억 원을 합쳐 총 1,000억 원 규모의 대공사가 시작되었고, 1987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마침내 문을 열었다. 독립기념관이 천안 목천읍에 자리하게 된 배경에는 깊은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이동녕, 조병옥 등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태어나고 활동했.. 2025. 10. 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