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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터/역사와 기억의 터

광화문 광장(촛불 광장) · 세계가 주목한 K 민주주의의 힘

by Storyteller Joo 2025. 10. 5.

 

서울 한복판에서 피어난 시민정신의 아름다운 꽃

 

경복궁을 바라보며 세종대로를 따라 펼쳐진 광화문광장. 이곳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단순한 도심 공원을 넘어선 특별한 기운을. 조선 건국 후 600여 년간 이곳은 '육조거리'라 불리며 나라를 다스리는 중추 기관들이 자리했던 행정의 심장부였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건물이 들어서고, 해방 후엔 중앙청이 자리하며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8월 시민을 위한 광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후, 이곳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들의 공간'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광화문광장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 교실 같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까지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이곳에서 시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로 표출되었다.

 

그중에서도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이어진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는 이곳을 영원히 '촛불광장'으로 기억하게 만든 역사적 순간이었다.

 

할머니부터 아기까지, 직장인부터 학생까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든 시민들이 하나 되어 평화롭게 외친 그 목소리는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온 세계에 보여준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광화문 광장 촛불 광장 한국 민주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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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밝힌 1,683만 개의 희망

 

2016년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보도하며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국민들의 분노는 거셌다. 5일 후인 10월 29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작은 촛불 하나가 광화문광장으로 번져나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그날,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진 촛불의 행렬은 점점 더 큰 물결이 되었다.

 

11월 12일 3차 집회에서는 처음으로 100만 명의 벽을 허물었고, 12월 3일 6차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232만 명이 참여해 '대한민국 헌정사 최대 규모 집회'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국적으로는 23차례 집회에 걸쳐 총 1,683만 명이 참여하는, 그야말로 국민 3명 중 1명이 촛불을 든 사상 초유의 평화혁명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한 건의 심각한 폭력 사태나 안전사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아빠부터 지팡이를 짚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함께 나와 피켓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민주주의 축제였다.

 

시민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고, LED 촛불로 화재 위험을 줄이며, 재치 넘치는 피켓과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이게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전 세계가 놀라며 손뼉 친 K-민주주의의 진짜 모습

광화문 촛불집회는 한국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가 주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이라는 세계적 관심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평화로운 촛불혁명은 국제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영국 BBC는 "학생들, 가족, 젊은 연인,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등이 참가한 대규모의 평화적인 행진"이라며 촛불집회를 극찬했다. 총칼이 아닌 촛불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 사회를 변화시킨 한국 시민들의 성숙함에 감탄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 역시 평화로운 시위 방식을 높이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 반대 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고 시위대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전했다.

 

이런 국제적 인정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17년 독일의 비영리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 시민'을 선정한 것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에 새로운 희망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였다.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온 한국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전통이 21세기에도 꿋꿋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순간이었다.

 

새로운 옷을 입는 광화문광장, 변하지 않는 시민정신

 

지금 광화문광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보완·발전계획'에 따라 역사성과 문화공간을 대폭 강화하는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었다.

 

조선시대 월대와 해치상 복원, 한글을 테마로 한 새로운 공간 조성, 그리고 놀랍게도 문화재 발굴을 통해 확인된 조선시대 삼군부·사헌부 등 주요 관청의 실제 유구까지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벤치와 수목보호대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숨어 있어서 보물찾기 하는 재미를 더하고, 세종대왕상 주변에는 천·지·인 사상을 담은 '한글 분수'가, 이순신 장군상 주변에는 12척의 전함과 승리를 기념하는 승전기념석이 새롭게 자리했다.

 

마치 역사책을 펼쳐놓은 듯한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시설보다 소중한 건 이곳에 새겨진 시민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추운 겨울밤 촛불을 든 그날의 기억,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평범한 시민들의 간절함, 그리고 그 간절함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변화 말이다.

 

촛불정신이 밝혀준 민주주의의 밝은 미래

 

광화문 촛불광장이 세계에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이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 분노를 폭력이 아닌 연대로, 절망을 파괴가 아닌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다.

 

'촛불정신'은 이제 한국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이 되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평범한 시민 한 명 한 명이 모이면 역사를 바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

남들도 공동선을 위해 하나 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오늘도 광화문광장을 거니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분수의 물줄기나 조각상의 웅장함이 아니다. 그날 밤 수백만 개의 촛불이 만들어낸 희망의 바다와, 그 바닷속에서 평화롭게 외쳤던 "민주주의 만세"의 함성이다. 이것이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진정한 K-민주주의의 아름다운 힘인 것이다.

 

 

방문안내 

  • 광화문광장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72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호선 세종문화회관역 인근)
    • 운영: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 특징: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 역사 전시 공간, 분수 및 녹지 산책로
    • 서울시 광화문광장 안내
  • 주변 명소: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청계천, 헌법재판소 기념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