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1 전통 정원의 미학: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조화의 철학 소쇄원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굽이진 개울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작은 정자, 그 앞에 고요히 자리한 연못의 수면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창덕궁 후원을 거닐 때도 마찬가지다. 부용지에 비친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돌다리를 건너면, 조선 왕실 사람들이 왜 이곳에서 시를 짓고 사색에 잠겼는지 실감 난다. 현대인들에게는 그저 예쁜 관광지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공간들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 한 조선인들의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서양의 베르사유 정원처럼 기하학적으로 다듬어진 인공미와는 전혀 다른,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한 독특한 미학이다. 한국 전통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삶의 질서를 찾으려는 철학적 공간이었.. 2025.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