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학1 여백의 미: 한국 전통 미학에 담긴 '비움으로 채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앞에 서면 화폭 절반 이상을 차지한 빈 공간에 시선이 머문다. 산 하나, 집 몇 채만 덩그러니 그려놓았는데도 왠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북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마당도 그렇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빈 공간인데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서양의 유명한 그림들이 캔버스를 빼곡히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현대 미술관에서 보는 미니멀 아트도 비슷하지만, 우리 전통 예술의 여백은 뭔가 다른 깊이가 있다. 단순히 비워둔 게 아니라 그 빈 공간 자체가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백의 미'는 한국 전통 미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비어 있음 속에 의미를 담는 미적 감각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공간이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비움 자체.. 2025. 9. 19. 이전 1 다음